펭하! (펭수 하이라는 뜻)
요즘 펭수가 대세다. 아이돌 육상대회를 패러디한 EBS 육상대회(이하 이육대) 영상이 커뮤니티와 SNS에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펭수가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물론 이육대에서 다른 인물들도 함께 주목받았다. ‘틀딱이’가 된 뚝딱이, 배 때문에 공이 안 보이는 뿡뿡이, 지독한 컨셉으로 파랑만을 고집하는 번개맨 등 그 시절 EBS를 보고 자란 지금의 성인에게 옛 시절의 친구들이 함께 모인 자리는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경력 높은 선배들 틈에서 EBS 연습생 펭수는 기죽지 않고 자신만의 매력을 뽐냈고, 구독자가 2만~3만에 불과했던 펭수는 이육대 이후 10월에는 15만, 현재는 80만 명(2019.11.21 기준)을 돌파했다.
그렇다면 백만 구독자도 시간문제인 슈퍼스타 펭수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펭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많은 곳에서 인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당당함’, ‘거침 없는 언행’, ‘김명중’, ‘폭발하는 끼’,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나는 과감함’ 등 인기의 비결은 수도 없이 많으나 이 글에서는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그 세 가지는 ‘독특함’, ‘다정함’, ‘특별함’이다.
펭수는 독특하다. 작을수록 귀엽다는 기존의 통념에 반항이라도 하듯 펭수는 작지 않다. 팬 싸인회와 길거리에서 스치는 팬들은 210cm의 자이언트 펭귄인 펭수를 보고 매번 그 크기에 놀라곤 한다. 눈은 항상 동그랗게 뜨고 있다. 그래서 윙크를 하려면 한쪽 날개로 눈을 가려야 한다. 그중 가장 특이한 건 목소리이다. 펭귄인 만큼 사람과는 발성이 다른지 어디서도 듣지 못한 음색이다. 그런데 랩도 잘하고 노래도 잘한다. 그 목소리에 많은 이들이 위로를 받는다. 일례로 영화 <토이 스토리>의 OST “You’ve got a friend in me”를 부른 영상의 댓글 2천 개 중 많은 비율의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듣고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한다.
펭수는 다정하다. 박재영 PD는 펭수를 기획하면서 이를 시청한 사람이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점점 자극적인 소재가 활기를 치는 이 시대에 펭수는 존중과 위로를 보여준다. 펭수의 어록 두 가지를 소개한다.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른이고 어린이고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면 되는 거예요.
펭수도 달리기는 못합니다.
하나 잘 못한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잘하는 게 분명 있을 겁니다.
그걸 더 잘하면 돼요.
(달리기를 잘 못한다는 사연자의 고민에 대한 답변)
물론 매니저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펭성”(펭귄 인성)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팬들에게만큼은 다정함과 따뜻함이 우선인 펭수다.
펭수는 특별하다. 성별 이분법이 고착된 사회에서 펭수는 이것을 거부한다. 한국 사회에서 어디를 가나 듣는 대표적인 질문이다. “남자친구 있어?” “여자친구 있어?” 이 질문이 펭수에게도 적용된다. “펭수는 남자야 여자야?” 펭수는 대답한다. “펭수는 펭수입니다.” 펭수는 치마와 원피스를 입기도 하고 콧수염을 붙이기도 한다. 훈장님에게 절하는 법을 배운 펭수는 남자 절, 여자 절을 각각 하기도 하며, 펭수의 전용 화장실은 남성 여성 구분 없이 단지 ‘펭수’라고 쓰여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매력 포인트가 존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지만 인기가 높아질수록 의심을 갖는 사람도 많아지는 법이다. 펭수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듣는 가장 많은 질문은 “인형탈 안에 누가 있어?”이다. 이에 대해서 사람들의 궁금증이 높아지자 EBS 팀은 「펭귄 의혹 전격 해부!」 편에서 전문가의 의견과 엑스레이 사진을 바탕으로 펭수는 펭귄이라는 결론과 함께 그동안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펭수의 ‘원래’ 정체를 까발리고자 여러 가지로 노력한다. 외교부 출입기록을 토대로 정체를 파악하려 하거나 펭수가 부른 노래의 저작권 협회에 들어가 어떤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는지 살펴본다. 펭수의 연관 검색어로 ‘펭수 정체’가 1순위에 있는 것 또한 사람들이 펭수를 볼 때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알 수 있다.
왜 기성세대는 펭수를 펭귄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안에 있는 ‘내장’을 궁금해할까. 혹여 정체가 밝혀진다고 한다면 어떤 심정으로 그것을 조명할 것인가. 이 호기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린 시절 우리들은 보라돌이 안에 누가 있는지 뿡뿡이 안에 누가 있는지 뚱이의 성우가 누구인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단순히 보라돌이로, 뿡뿡이로, 뚱이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있는 그대로 펭수를 받아들이는 것, 펭수의 모든 팬은 오랜만에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무언가가 나타나서 열광하고 있다. EBS 사장 김명중도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펭수를 펭귄이기 때문에 어떠한 할 말도 없다고 한다. 인형탈을 쓰든 정체가 무엇이든, BTS만큼 유명한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서 남극에서 헤엄쳐 한국으로 온 열 살 펭귄을, 그의 열정과 다정함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 아닐까 한다.
좋은 칼럼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