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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학술대회=체험삶의현장

최종 수정일: 4월 5일



역사적인(!) 신진 1호에 들어갈 탁상共론 수다회, 수많은 토크 주제 후보들 중에 결국 선택한 건 [학술대회에 간 대학원생]이라는 주제였다. 역시 ‘신진’의 경험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주제 아닐까? 또 학술대회야말로 ‘신진들’이 학계라는 공간에 대해 왠갖 생각을 다 하게 만드는 부대낌의 장소이기도 하고. 


2회차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내용이 기획 때랑은 완전히 다르게 되어 있었다. 발표자나 청중으로서의 경험을 더 많이 나누지 않게 될까 생각했는데, 학술대회에서 ‘일’하면서 듣고 보고 느낀 것들이 더 중심이 됐다. 그러니까 대학원생에게 학술대회는 우선적으로 노동의 장소였던 셈이다.


갓 석사를 받았지만, 연구소 일을 도맡아하며 학술대회 실무경험이 잔뜩 쌓여버린 명란마요, 아직 박사과정인데 자꾸만 학술대회 조직위에 섭외를 받고 있는 샤이닝과 개복치, 학회 일을 연구만큼 많이 하는 이라니안이 모였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나 싶기도 하다.



당신의 학회인생그래프를 보내주세요! 패드에 그린 그림도, 종이에 그려 스캔한 그림도, 이라니안처럼 정말 그래프처럼 그린 그림도, 개복치처럼 기억에 남는 장면을 그린 그림도, 모두 大환영! master@culturalpolitics.kr 로 보내주시면, 다음 신진레터에 소개해드릴게요! (~2025/4/15)


참석자 소개:


명란마요 학부 때 학회에 가면 공부하는 마음으로 '좋아~' 이렇게 다녀오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대학원에 오고 조교가 되었다. 실무자로 참여하니까 집중이 안 되고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그래서 다른 학회에선 실무 신경 안 쓰는 ‘소비자’인 게 좋았다. 최근에 학술대회 실무(실행) 말고 조직(구상)도 처음 해봤는데, 신기한 경험이었다.


샤이닝 석사과정이 코로나와 겹쳐서 첫 학술대회 참석이 늦다. 그래도 박사과정 때 한 첫 발표는 좋은 피드백과 토론 덕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렇게나 학회 경험이 적은데, 선배와 교수님 제안으로 갑자기 조직위 입장이 되어버렸다. 최근에는 미완의 원고로 연구 발표를 하게 된 경험이 생겨 너무 창피했다.


개복치 환대받기도 전에 먼저 참석자들을 환대해야 하는 스탭으로 학술대회 경험을 시작했다. 두 번의 발표를 하고 박사과정이 되니 갑작스럽게 조직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 경험의 단계는 어딘가 낯설고 단절적이다. 무급이지만 하고 싶은 판을 짜며 시행착오해볼 기회를 얻은 게 학회 활동의 명이자 암이다.


이라니안 처음엔 이 도시 저 도시에서 열리는 학회들에 놀러 다니는 일이 우쭐하기도 했다. 그러다 매너리즘에 빠졌다. 토론도, 사회도, 심지어 내 발표도 별로고. 지난 몇 년 간은 발표한 학술대회보다 실무노동한 학술대회가 더 많았다. 바닥을 찍고 올라오니 최근에는 학회 활동이 예전보다 좀 편안해진 느낌도 있다.



#1 학술대회 준비노동: 다과 격 떨어진다고 잔소리 듣는 게 맞아?


이라니안 이런 질문부터 시작하면 얘기가 풀리려나...? 다들 대학원생으로서 학술대회에 가서 환대받았다고 느낀 적이 있어?


개복치 환대...? 글쎄. 딱히 나를 내친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환대받는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아니라서.. 특히 스탭 일을 할 때는 오히려 환대해야 하는 사람이지 받는 사람은 아니구.


명란마요 맞아. 나는 왜 이렇게까지 환대해야 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일을 했기 때문에.


샤이닝 환대라기보다 의전 아니야? 의전?


명란마요 보통 학회 가면은 다과가 되게 단촐,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박스 과자 이런 거잖아. 근데 내가 준비를 할 때는 엄청 있어 보이는 과자와, 막 떡도 준비해라, 뭐 식사도 준비해라, 도시락도 준비해라 그러고. 사실 거의 식비가 예산에서 엄청나게 많이 차지해서, 엄청 좋은 데로 가야 되고 약간 이렇다 보니까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생각이 들긴 했어. 뭐 교수님들 입장은 어떤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라니안 명란마요는 학부 때도 학술행사에 많이 들으러 가 봤잖아. 석사과정 들어가자마자 조교장 하고 이러면서, 눈에 안 보이던 노동이 갑자기 눈에 확 보였겠다는 생각이 드네. 외부자였을 때 보이는 것과, 내부자가 됐을 때 보이는 것의 차이 말이야.


샤이닝 나도 대형 학회(?) 갔을 때 제일 너무 문화 충격 받았던 게 스타벅스 레디팩이 있는 거야. 그래서 내가 대학원 친구들 다 데려가서 먹이고, 나도 원래 커피 잘 마시지도 않는데 여기 공짜로 주네 이러면서 막 먹었어. 나중에 들은 다른 학회 얘기도 있는데, A학회는 스타벅스 아니면 안 된다라는 게 있었대. 무조건 스타벅스. 원로 선생님들이 난리가 난대, 스타벅스 커피 아니면. 그러니까 다과의 질을 정할 때 조직위나 일반 참석자들을 신경 써서 정하는 게 아니야. 원로 쌤들의 단톡방이 있는데 거기서 난리가 난다는 거야. 역대 회장하셨던 분들 이런 분들 있잖아.


이라니안 공감 공감 대공감! 요새 학술대회 준비할 때마다 그런 눈치를 서로서로 많이 보는 게 느껴져. 밥을 어디는 뭘 줬는데 어디는 뭘 줬다 이런 뒷얘기가 너무 많다는 거야.


개복치 결혼식이야? ㅋㅋㅋ


명란마요 진짜 결혼식 비슷한 게. 일은 우리가 하는데, 그걸 가지고 약간 '내가 낸데' 이러는 사람은 원로 선생님들이잖아. 다과랑 식사 가지고 손님들에 대한 나의 대접과 나의 능력과 위상과, 이런 것들을 되게 과시한다는 그런 생각을 항상 했던 것 같아. 그런 걸 별로 신경 안 쓰는 교수님들은 다과가 뭐든 그냥 별로 신경 안 쓰거든? 근데 어떤 교수님들은 전반적인 이런 것들을 너무 신경 쓰고.


이라니안 근데 그렇게 먹을 것의 질에 집착하는 것이 학회가 학회답지 않아지는 일과도 엄청 연관된 것 같아. 학회가 내용 채우는 일보다 돈 모으러 다니면서 기업이나 관공서에 아쉬운 소리하는 일을 더 우선시하게 된 것 말이야. 참가자들한테 돈 받는 건 한계가 있고, 참가자들은 낸 것보다 더 제대로 먹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니까. 다과고 뒷풀이고 당연히 학회가 해줘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분위기. 그냥 덜 쓰고 덜 벌면 안 되나?


샤이닝 돈이 있는 학회가 돈벌이를 그렇게 한다면, 돈 없는 학회는 말이지. B학회는 회장님이 매번 식사비를 다 결제하시는데 나는 그게 너무 가슴이 아프고 그래. 그렇게 희생하시는 게 당연해지다보면 그럴 여유가 있는 사람만 회장을 한다고 나설 수 있는 구조가 되고, 그런 사람은 보통 전임교수고.


개복치 전임교수가 회장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일 시킬 사람이 있어야 해서 이기도 한 것 같아. 집행부도 주로 회장 인맥으로 꾸려지고, 실무하는 간사들도 회장 제자 학생인 경우가 많잖아. 회장이 제자 동원해서 다른 선생님들 대접하는 자리, 그게 사실 우리가 몰랐던 학술대회의 본질 아닐까?



#2 노동의 내부화: 절약이라는 이름의 착취


샤이닝 '제자 동원해서'에 대해서 더 얘기해보자. 그러니까 요점은 학회가 자기 계좌를, 자기 인맥을 동원하지 않고는 꾸려지지 않는 상황이라는 건데, 그러니까 너가 내 제자니까, 너가 내 친구니까, 이런 의리나 위계 관계를 통해서만 학회 업무가 배분되는 것 같아.


개복치 그러니까 포스터 하나를 만들더라도, 원래는 예산을 잡아서 디자이너에게 의뢰를 해야 하는데 그걸 실무하는 누군가가 혼자 다 하고 있는 상황이 쉽게 벌어지는 거지. 엄연히 실무에 필요한 비용이 있는 건데, 그 비용이 계상조차 안 되는 경우도 많고. 그러니까 예전에 연구소 상근 일할 때도 너무 싫었던 게 외부 업체랑 일할 때도 실무 예산은 최소로 편성하고, 견적이 나오면 어떻든 값을 깎고 흥정하려 하는 관행이었어.


이라니안 포스터 만드는 능력이 없어야 되는데, 없어야 안 시키는데, 그걸 또 할 줄 아는 애가 꼭 있긴 있어.


샤이닝 미리캔버스 같은 툴이 또 그런 게 있는 바람에, 포스터 만드는 게 더 수월해져가지고, 그게 문제야 문제.


명란마요 포스터를 돈 주고 맡기는 학회도 있구나... 나는 그러니까 너무 당연하게 포스터를 그냥 계속 만들었거든. 위에서는 포스터 비용 2,30만 원 아꼈다, 절약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까놓고 말해 원래는 그 가치를 들여서 해야 할 업무를 내부 인력한테 그냥 공짜로 착취하는 거 아니야?


이라니안 C학회였나? 당일 스탭을 따로 안 쓰고 조직위원회 선생님들이 스탭 일을 나눠서 했는데, 그것도 말이 좋아서 조직위의 솔선수범이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사실 돈 주고 대학원생 스탭 써야 하는 일을 돈 안 주고 조직위원 내부착취하는 거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나 싶어. 


샤이닝 근데 이렇게 노동을 내부화하는 일이 돈 없는 학회에서만 하는 게 아니고 돈 어느 정도 쓸 만한 학회에서도 절약이라는 이름으로 다 벌어지는 것 같아.


이라니안 아니, D학회에서 일하는 사람 얘기 들었었는데, 학술대회 참석자 숙박 장소로 호텔을 잡아뒀는데 예를 들어서 트윈룸 방값이 20만원이라고 하면 그걸 한 사람당 5만원씩만 내게 했다는 거야. 이유는, 그냥 10만원 내라고 말하면 너무 비싸다는 얘기 나올 것 같다는 게 전부고. 그러면 방마다 10만원씩 모자라는 거 어떻게 메우고 있냐 할 때 그걸 포스터 안 맡기고 조교 시켜서 만드는 거, 그런 식으로 절약을 하고 있다는 거잖아. 이게 이렇게 연결되니까 좀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드네. 


개복치 좀 다른 얘기긴 한데, 낸 돈보다 비싼 거 먹고 온다 이런 생각 하니까 나 연구소 일 했던 게 생각나네. 국가 사업에서는 식사비 같은 거 1인당 3만원 넘으면 안 되거든? 편성 자체가 불가능해. 근데 연구소 학술행사 뒤풀이 하면 위에서는 그 기준을 자꾸 어떻게든 수를 써서 넘기려고 하는 거야. 나는 연구소 큰 학술행사가 끝나면 자꾸 그놈의 좋은 식당, 어르신들 갈만한 급의 식당을 알아봐야 했고. 식당 찾고 영수증 조작해서 3만원 안으로 끊은 것처럼 맞추고. 그런 일을 하다 보면 저런 기준은 왜 만들고 실효성이 있는지도 모르겠더라.


명란마요 나도 교수님들 진짜, 실무자나 산단 직원 배려는 안하면서 체면만 세우려고 한다고 느낄 때가 많았어. 정해진 금액 상한선 있다고 아무리 일러줘도 그냥 냅다 넘게 긁어놓고 뒷처리는 실무 담당자가 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 너무 자주 있었어. 넘어가는 돈은 본인 사비로 긁든가, 아니면 예산이 한계가 있어서 여기서 그만 주문해야 될 것 같다 이런 갈래를 타줘야 하는데, 남들 앞에서 그걸 못하고 부하들 속만 문드러지게 하는 거지.


이라니안 너가 있는 연구소는 그걸 또 나랏 돈으로 하잖아요. 그거 그럼 정부 돈 받기 위해서 노동 누가 하고 있어? 주로 대학원생 조교나 학회 내 무급노동으로 서류 작업 하고 있잖아. 아랫사람들 갈아서 만든 돈으로 대접받아야 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명란마요 정부 돈을 가지고 할 때는 또 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지출의 상한선이 자꾸 없어지더라고. 기념품, 먹을 거 다 많이 준비해서 엄청 남고, 기념품은 자꾸 연구소 한 켠에 쌓이고.


이라니안 듣다 보니까 진짜 근본적으로는 학술행사에 필요한 돈을 거기 참여하는 사람이 N분의 1 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어. 학회 일 돌아가는 거 들여다보면 학술대회 할 때 참가비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될까말까 하더라고. 나머지 80%를 메우는 게 공식적으로는 정부재원이나 기업후원일 거고, 사실 숨겨져 있는 게 노동착취인 거지. 학술대회 처음 갔을 때는 대학원생 참가비는 또 싸니까, 만 원 내고 뷔페 먹고 자료집 받고 기념품 받고 이러는 게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낸 돈보다 더 많이 받고 온다는 이 구조 자체가 결국 노동착취의 고리이기도 한 거였다는 걸 오늘 얘기 나누다가 깨닫게 된다.



#3 학술대회 조직해보니… 학회, 이대로 괜찮아?


이라니안 학회인생그래프 그릴 때보니 다들 학술대회에 스탭뿐만 아니라 조직위원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더라. 기성 학회의 학술행사 조직을 해 본 사람들도 있고, 아니면 아예 대학원생들이 주도하는 학술행사 기획을 해 본 사람도 있고. 요새는 실제로 E단체, F단체 같이 대학 밖 연구단체들을 아예 박사과정생들이 주도하는 사례도 많잖아. 조직하면서의 경험은 어땠어?


개복치 발표도 두 번밖에 안 해 본 내가 조직위원이라니! 같이 돕겠다고 하긴 했는데, 이게 사실 이미 박사인 분들이나 전임교원들이 할 수도 있는 일이 내려오고 내려와서 지금 석박사과정생들까지 조직위원이 되는 일이 좀 양가적인 것 같아. 어떻게 보면, 앞세대가 해줘야 할 학술노동이 학회 차원에서도 대학원생한테 전가되는 면도 있는데, 또 어떻게 보면, 동시에 판짤 권한을 분배해주기도 하는 거란 말이야.


이라니안 박사과정까지 포함해서 젊은 연구자들을 조직위에 초대하고 조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긴 주는데, 조직위 안에서 여러 세대의 선생님들이 있을 때 젊은 조직위원들의 의견을 경험이나 연륜을 이유로 더 경력 있는 조직위원이 찍어 누르거나 가볍게 기각시켜버리는 일들도 빈번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조직위원들끼리 사이 안 좋아지고. 그게 세대 간 갈등만 있는 건 아니긴 할텐데, 아무튼 내 지인들은 그런 경험을 했다더라고.


샤이닝 나는 G학회랑 H학회에서 조직위원을 해 봤는데, 나는 ‘내가 여기서 뭘 할 수 있지, 사실상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는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 간간히 의견 조금 조금 내는 정도지, 나는 아는 사람도 없고 그러니까 섭외도 다 박사 선생님들이 하셔야 하고, 선생님들이 다 알아서 해 오셨는데, 그래서 난 너무 죄송했던 기억, 몸으로 때워야 되겠다고 생각했던 기억밖에.


개복치 나도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조직위 있을 때 나는 내가 궁금한 세션을 꾸릴 수 있다는 게 좋긴 했어. 만나보고 싶었던 선생님을 패널로 부를 수도 있고. 정말 판을 짤 수 있게 된 느낌? 근데 그게 꼭 성공적으로만 끝난 건 아니어서, 내 기획에 대해 부정적 피드백을 받기도 했어.


샤이닝 근데 그게 성공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고 해서 네 탓이라고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 게, 세션을 꾸리는 의도와 실제 결과물, 그리고 청중의 반응은 조직위가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 특히 개복치가 기획했던 게 라운드테이블인 걸로 알고 있는데, 나는 라운드테이블을 들었을 때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어. 그 형식이 뭔가.


이라니안 맞아. 나도 라운드테이블 기획 여러 번 해 봤는데, 사전 모임을 하거나 패널들한테 따로 미리 전화해서 아무리 설명해도 많은 연구자들은 결국 기획자의 의도에 맞게 따라오기보다는 그냥 자기가 편하게 할 수 있는 원래 하던 자기 방식대로 썰 풀고 마는 경우가 많더라고.


샤이닝 근데 그게 연구자들이 막 너무하다라기 보다는. 그러니까 시간이 너무 없어. 학계의 상황이라는 게. 기획에 맞춰 하기 위해 추가적인 공부와 노력 같은 것을 할 수 있는 여유라는 게 쉽게 주어지지 않으니까, 원래 각자 해왔던 레파토리를 쓰고 또 쓰고 그렇게 되는 게 있다는 거지.


이라니안 그것도 맞지. 다들 과로하고 있고. 근데 그게 학술대회를 좀 재미없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고. 업계의 청중 고인물이 될수록 타임테이블에 나온 이름 보면 무슨 얘기 하겠구나 다 예측 가능하고, 실제로 가면 그런 얘기하고 있고. 이러니까 학회 자체에 별 기대감이 안 생기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 생각해보면 기본적으로 학술행사가 너무 많기도 해. 학회마다 연구소마다 경쟁적으로 세미나 한 번 더 했다는 게 수량화, 실적화되는 처지이다보니.


샤이닝 나는 무슨 생각을 하냐면, 학회라는 형식이 뭘까라는 생각을 요즘 진짜 많이 해. 얼마 전에 연구자들이 연 (학술대회는 아닌 다른 형식의) 어떤 행사를 갔다 왔는데 너무 좋았던 거야. 연구자들이 자기 주제에 대해서 애정 어린 방식으로 말하고, 발표가 아니라 토크를 하고, 청중이랑 즐거워하면서 얘기하고, 뾰족한 얘기도 나누고. 그걸 들으면서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학회는 아니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


개복치 맞아. 그런 얘기하는 동료도 있었어. 주례사 비평하는 학회보다는 스터디모임하다가 가끔빡센 토론 나올  때가 훨씬 재밌고 낫다고. 학회가 갖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나 싶기도 해.


이라니안 학회가 좀 그렇긴 하지. 다양한 형식 실험을 하지 못하고, 그냥 가장 효율적으로, 단시간 내에 가장 많은 발표를 할 수 있도록, 부를 쪼개고, 방을 나누고, 발표 15분, 토론 5분, 10분 이 형식이 구조화되어 있는 것도 문제라고 보면 문제고.



#4 체력 소진 이슈: 급하게 나가며


이라니안 우리 오늘 재밌다. 아직도 대학원생이 학술대회에서 하게 되는 경험, 얘기하려면 한참 남았어. 근데 이게 무한히 할 수는 없고, 마무리 멘트들을 좀 해봐. 형식상 그런 게 있잖아!


샤이닝 마지막에 나왔던 얘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학회 말고 대안이라는 게 있을까에 대한 상상. 다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지? 나는 어느 정도 형식이 내용을 정하는 게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다른 형식은 어떻게 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 회피하지 않고 더 얘기했으면 좋겠어.


개복치 젊은 연구자들은 우리 나름대로 학회가 아닌 방식의 다른 공간에 대해서 상상을 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 같아. 학회를 어떻게 바꿔야 하지? 그런 고민이 드는 대화였어.


명란마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난 학술대회 안에서 토론의 활성화가 어떻게 가능할까 이런 생각을 하는 중이야.


이라니안 나도 오늘 얘기하면서 좋았던 게, 학회 일할 때는 눈앞의 일에만 매몰되어 있었는데. 그것들을 연결해 보고, 전체적인 조망을 해볼 수 있게 된 기회가 된 것 같아서 좋았어. 탁상共론 느낌이 좋으니까 앞으로도 더 많이 얘기하자!



정리. 이라니안

편집. 김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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