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를 중심으로 싸이의 ‘흠뻑쇼’와 관련한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회당 300톤 가량의 물을 사용하는 ‘흠뻑쇼’ 콘서트 개최와 관련하여, 한 배우가 “워터밤 콘서트 물 300t 소양강에 뿌려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트위터에 개진한 것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논란의 양상은 사뭇 이상하다.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는 콘서트 개최와 지금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수원지 지역에 대한 것보다 PC함이 중심이 되는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마, 앞서 언급한 배우의 트윗에 한 작가가 ‘PC주의자의 위선’이라는 비판을 제기한 것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이후 이와 관련한 논란은 PC에 대한 것을 거처, 서울과 지방의 대립구도의 양상으로 격화되었다. 가뭄으로 고통 받는 지역을 무시하는 서울 사람들에게 수문을 잠구자라는 의견이 개진되고, 그에 반해 각 지역 교부금은 지역별로 알아서 하자라는 의견이 나오고, 심지어는 서울이 생산하는 문화 콘텐츠를 지방 사람들은 소비하지 말라는 웃지못할 생떼마저 등장했다. 이러한 악다구니에 가까운 논쟁들을 접하게되며 ‘지역’ 혹은 ‘지방’이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논쟁 양상에서도 드러나듯이, 많은 이들은 서울을 비롯한 중심부를 권력이 집중되고 능동적이고 공식적인 ‘공간’으로서 인식하고, 지방(로컬)을 주변적이고 수동적인 ‘장소’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중앙 정부의 지방 교부금을 끊으면 지방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의견과 같은 것에는 이와 같은 인식이 여실히 드러나있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중앙을 향한 로컬의 인식 역시 마찬가지다. 고유한 지역적인 것, 고유한 특성 등으로 로컬을 고착화된 특정 장소로서 사고하는 인식틀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항적인 인식틀이 과연 성립할까?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며 살았던 시기였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근대 이후 각 중앙인 서울을 비롯한 각 지역들은 오롯하게 그 스스로 지금의 기능을 온존할 수 없다. 주변부라고 인식되어왔던 지방, 즉 로컬은 단순히 주변부에 고정된 존재가 아니다. 로컬은 역동적이며, 그 지역성 역시 주변 지역과의 끊임없는 관계성에 의해 구성되어 있다. 중앙을 상징하는 서울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이 한국의 수도로서 온전히 기능할 수 있는 것 역시, 수 많은 지역 도시들이 서울, 그리고 수도권이 감내해야할 비용을 감당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번 논쟁에서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서울은 스스로 자기들이 생산한 쓰레기를 처리할 수 없는 도시라고. 이처럼 서울은 주변 도시, 그리고 로컬로 인식되는 지방 도시 없이 무엇하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도시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비록 한국 사회 대다수의 자본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쏠려있기에, 지방이 서울-수도권의 온전한 기능을 위해 희생하는 부분이 많지만, 지방 역시 자신들의 도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외의 주변 도시, 그리고 서울과 수도권 과의 관계성에 기대고 있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이는 단순히 양비론적 입장을 펴기 위함은 아니다. 다만 해당 논쟁을 통해 우리가 지방, 즉 로컬과 서울, 즉 중앙을 다시금 사유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단순히 우리가 발딛고 살고 있다는 지표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리고 중앙과 로컬 역시 무자르듯이 뚜렷하게 분리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다양한 궤적들이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교차하는 다양성과 다공성, 그리고 복잡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중앙과 로컬, 혹은 서울과 지방으로 나뉜채 악다구니를 펼칠 것이 아닌, 우리가 발딛고 살아가는 도시 공간의 관계적 공간성을 인식하며, 상이한 경험 속에서 어떻게 공통 감각을 주조할까에 대한 논의를 펼치는 것이 조금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물론 지역, 도시, 공간, 장소와 관련한 사회 내 논의가 많은 부분 서울-중앙에 쏠려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작금의 논란에서도 역겹게 풍겨오는 냄새는 로컬에 대한 혐오적 시각에서 풍겨오는 측면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관계적 공간성을 상상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아마 서울-중앙 중심으로 기울어진 인식틀에서 로컬과의 관계성을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특히 중앙과 로컬, 즉 서울과 지방으로 양분화된 감각의 틀에서 같이 잘 살기 위한 공통감각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더욱 로컬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팟캐스트를 운영해보시면 어떤가요 ㅎ